[커버스토리] 인류 문명과 함께 세금 역사는 시작됐어요, 난로세·인지세…세금 탓에 혁명도 발생했죠

입력 2022-09-19 10:00  


세금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세금의 역사를 다룬 많은 책은 ‘인류 문명이 진흙 표면에 문자를 새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이 세금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수메르인이 남긴 점토판에 세금(공물) 기록이 있답니다.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된 로제타 비석에는 ‘이집트에 부과된 수입과 세금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해주어 백성이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는 글이 있습니다.

세금 이야기는 로제타 비석에 새겨진 글처럼 늘 그렇게 낭만적이진 않습니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세금을 많이 징수하려고 했고, 백성들은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거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17세기 영국인을 괴롭힌 세금은 난로세였습니다. 화덕, 난로, 벽난로를 가진 고급집에 부과된 세금이었죠. 영국인들은 프랑스에서 기원한 이 세금을 증오했고, 이것이 1688년 명예혁명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혁명 직후 이 세금은 폐지됐습니다.

난로세가 없어지자 1696년 새로운 세금이 만들어졌습니다. 창문 개수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창문세였죠. 징수원들은 집을 지나가면서 창문 수를 셌습니다. 세금 액수가 더 늘어나자 시민들은 창문을 없애거나 창문 없는 집을 지었습니다. 햇빛이 들지 않고, 공기가 순환되지 않자 병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창문세는 ‘햇빛 도둑(Daylight Robbery)’이라고 불렸답니다. 1746년 유리세(tax on glass)가 신설되자 당시 의학잡지 랜싯은 ‘빛에 과세하는 미친 세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귀족들에게 수염세를 물리기도 했죠.

미국이 독립전쟁을 일으킨 원인에도 세금 민심이 숨어 있습니다. 영국 왕실은 잦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였습니다. 영국은 1764년 식민지 미국에 설탕세를 물렸고, 이듬해 인지세도 도입했습니다. 인지세는 신문, 법률서류, 토지등기권리, 사업자등록증 등 권리를 인증하는 모든 서류에 관청이 발급한 인지를 구입해서 붙이도록 한 겁니다. 이어서 종이, 유리, 페인트, 차(tea)에 새로운 관세가 붙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영국 의회에 미국의 대표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고 항의했고 드디어 불만은 독립전쟁으로 번졌습니다. 프랑스 혁명도 가벨(gabelle)이라는 소금세에 대한 증오와 포도주에 다섯 가지 세금이 붙는 데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세금은 한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을 ‘톱니바퀴 효과’라고 부릅니다. 톱니바퀴처럼 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쉽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죠. 정부가 국민 생활과 건강을 보호한다며 술, 담배, 도박, 경마, 설탕에 물리는 ‘죄악세’도 있습니다. 요즘엔 상속세를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큰 기업을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 자체를 팔아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죠.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잠깐! 세금을 비꼰 말도 많습니다
▶The art of taxation consists of so plucking the goose as to obtain the most feathers with the least possible hissing.

최고의 징세 기술은 가장 적은 고통으로 가장 많은 거위털을 뽑는 것과 같다. 루이 14세 때 프랑스 재상이었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한 말입니다.

▶It is impossible to be sure of any thing but death and taxes.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크리스토퍼 블록이 1716년 펴낸 <프레스턴의 구두 수선공>에 담긴 말입니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비슷한 말을 했죠. “Nothing is certain except death and tax.”

▶Nothing is so well calculated to produce a death-like torpor in the country as an extended system of taxation and a great national debt.

세금과 부채를 늘리는 것만큼 국가를 죽음과 같은 무력감에 빠뜨리는 방법은 없다. 18세기 후반 문필가 윌리엄 코빗이 남긴 말입니다.
NIE 포인트
1. <세금의 세계사> 혹은 원서인 를 구해서 읽어보자.

2. 난로세, 창문세, 수염세가 왜 생겼는지를 알아보자.

3. 상속세가 있는 나라, 없는 나라를 찾아보고 이유를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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